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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환자' 입니까 '고객'입니까? 치과 진료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생각 : 이슥슥
    건강 2016. 8. 31. 11:15

    재밌다. 의료 민영화는 국민을 죽이는 길이라며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과 함께, 또는 술집에서 좋은데이 수 병과 함께 열렬히 토론하던 나라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별 관심도 없어보인다. 아니, 민영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매우매우 늘어난 기분이다.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이가 안좋아서 치과치료를 받으려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본 <유X치과>의 이야기를 보면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도 없겠지만, 나도 치과를 굳이 찾느라 검색하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올해 초쯤 <유X치과>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논란과 이슈가 있었다. '반값 임플란트'가 그 기폭제였다. <유X>는 대규모 네트워크 병원 시스템을 앞세워, 임플란트 재료들에 대한 공동구매로 자제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기존 임플란트에 쌓인 거품을 걷어낸 가격을 실현했다고 외치며, 정부의 65세 이상 임플란트 보험 50%적용도 결국 본인들이 이뤄낸 결과라고 목에 핏줄이 보일 정도로 외쳐댔다. 실제로 네이버에 유X치과를 검색해보면(오늘자), 블로그 영역은 당연히 뭐 잘한다는 말 밖에 없고, 지식인은 엄청나게 싸우고 있으며, 카페에도 좋은 평가들로 가득하다. 어라, 이상하다. 얼마전에는 블로그영역에 분명히 과잉진료를 꼬집는 글이 많았는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케팅의 힘이든, 반값 임플란트가 적절하게 다가왔든간에 <유X치과>의 인지도는 임플란트를 희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높아졌다. 그리고 전국에 걸친 네트워크 덕분에 다양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유X>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도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실상은 모르겠다. 나도 어금니가 어릴 때 깨지고 없어서 임플란트를 위해 유X에서 진료를 받아봤다. 뭐... 진료내용은 굳이 밝히지 않겠지만 좋지도 싫지도 않은, 그냥 무난한 진료였다고 생각은 한다. 물론 거기서 치료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진짜, 1도 없다. 왜 없는지는 곧 다시 이야기하겠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의료 민영화를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료비가 비싸지고, 의료가 장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주된 논리였던 것 같다. 즉, <의료 민영화 = 비싼 의료 서비스>의 공식이 당연한 사고였다는 뜻이다. 아마 지금도 어떤 병원이 '이 치료는 우리 밖에 못해염! 치료받고 싶으면 선제하세염!' 라고 한다면 의료 민영화라며 또 엄청나게 들고 일어나겠지. (어쩌면 관심도 없을지도. 의료민영화는 이미 국민 기억 속에서 한참 후순위로 밀려난 단어니까) 그렇기에, 유X치과가 '네트워크 병원'을 전면에 내세워도 '반값'이라고 하니까, 저렴하니까, 의료 민영화와는 딱히 관련을 짓지 못한다.




    ■ 병원이 생계인 사람과 병원이 직장인 사람의 차이

    다시, 왜 이슥슥이 무려 반값으로 치료해준다는 <유X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싫은지에 대해 말하자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의견이지만, <유X치과>가 아닌 네트워크 시스템이 싫어서다. 일반 치과와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치과는 대표원장이라고 하는 의원장, 또는 병원장 의사가 존재한다. 치과는 그 의사의 사업장이기 때문에,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에 있어 하루살이로 장사하는 경우는 없고 많은 경우 몇년 뒤에 방문해도 내 치아를 치료했던 의사가, 내 치아 차트를 가지고 검사 및 관리를 해준다. 늘 그렇듯 내가 아는게 없으니 치과 진료는 미심쩍지만, 치료자체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

    반면에, <유X치과>의 주인은 경영자다. 무슨 말이냐면, 전국의 <유X치과>의 치과의사는 '월급을 받는 의사'라는 말이다. 개원의가 아니다. 좋은 급여에, 경영은 신경안써도 되고, 언제든 돈이 모이면 떠날 수 있는, 마치 필자와 같은-필자보단 좀 높은 수준의-월급쟁이 의사선생님들이 진료를 본다는 말이다. 물론 그 중 좋은 의사도 있을 것이고 진심으로 환자를 배려하며 치료해주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분이 그만두면 내 관리는 공중에 붕 뜨게 되는게 걱정이다. 다른 의사가 관리해주는 것과 내 주치의가 있는 건 하늘과 땅차이다.


    저게 가장 큰 이유다. 진료받다가 치과는 그대로 있는데 의사가 사라지는 일을 걱정하는거다. 나도 회사생활을 꽤 해봤지만 맘에 안들면 그만 둘 수도 있는게 직장이고, 페이닥터하려고 치대를 가진 않았을테니 언젠간 개원을 하게 될테고, 개원의만큼의 책임감을 페이닥터에게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치료를 받아야되고, 특히 임플란트는 수술보다 이후에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들었기에, 괜히 돈 몇푼 아끼려다 나중에 아예 새로 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까봐 애초에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 대단한 유X치과 기획실

    인센티브의 함정 때문에 과잉진료를 한다느니 그런건 언급하지 않겠다. 실상은 누구도 알 수 없을 뿐더러 굳이 <유X치과>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 말하고 싶은건,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검색해보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임에도 왜 <생각도> 못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서 나는 <유X>의 홍보실 직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에서 부정적인 글은 모두 찾아내고, 바이럴도 굉장히 돌리고 있는 듯 보이며, 치협과의 마찰로 공짜 마케팅도 많이 했고 '매너리즘에 갇힌 오래된 집단(치협)은 부패했을 것이다'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 생각의 틈을 잘 활용해서 마치 <유X치과>가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치협에 대항하는 '용사'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거짓말 같다면 네이버 지식인을 들어가서 해당 치과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을 보라. 치협과의 대립구도로 정말 멋지게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는 유X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생각을 해낸 유X치과의 홍보실장, 또는 기획실장님, 존경합니다.




    치료의 책임감 얘기를 했는데, 다른 치과는 왜 유X치과처럼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가? 마음만 먹으면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유X의 엄청난 예약률에 자극받은 일부 치협의 의사들도 66만원, 77만원 임플란트를 내세우며 각 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왜 가격은 못내리면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유X를 디스하기만 하는걸까.

    이유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저렴한 임플란트를 하다보면 언젠가는 분기점이 온다. 실제로 지방의 몇 군데 치과에서 66만원 임플란트를 대대적으로 광고한 적이 있는데 새로 개원한 치과였음에도 예약이 5개월이 잡혔다. 임플란트 원가가 턱도 없이 저렴한걸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마진율이 생긴 것이다. 의사들은 몇 분안걸리는 임플란트를 하루종일 심는다. 마치 농부처럼. 그리고 예약율이 떨어질즈음되면 그들에게 남는건, 그동안 엄청나게 심은 임플란트 환자들에 대한 돈 안되는 관리만이 남아있게되고, 그 시점에 그 지역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고 폐원하고 다른 지역에서 개원한다. 남은 환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다른 치과에 가서 관리받아야하고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 할 치과는 이미 없는 상황이 된다. 임플란트 수명이 5~15년이고, 관리를 잘받아야 반 영구적으로 사용가능한 걸 생각하면 장기적인 관리가 애초에 임플란트 치료비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환자는 그걸 포기하고 저렴한 가격을 택하는 건데 난 그러기 싫다. 나중에 후회해도 이미 치료비는 썼고, 쓸 예정이 되는 꼴이니까.




    결론을 말하면 난 '고객'이 아닌 '환자'이고 싶다. 적어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때만큼은 나를 환자로 봐주기를 바란다. 고객이 되는 순간 '의료가게'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과잉진료부터 멀쩡한 치아에 대한 치료도 권할 거고, 나는, 대부분의 사람처럼, 의료에 대해 무지하고 어리석기 때문에 고민은 하되 덥썩 받아들이겠지. 고객과 환자를 내가 100% 정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의료인에게 진료받고 의료인으로부터 치료받고 의료인에게 관리받고 싶다는 거다. 다른 사람 생각은 알 수 없겠지만 말이다.




     

Good to see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