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거상] 중학교 때 하던 게임, 거상의 귀환 : 이슥슥 RPG게임추천
    관심사 2016. 10. 11. 15:21

    중학교 때만 해도 어른이 되면 게임같은 건 안하면서 살 줄 알았다. 그 때의 어른 기준은, 명확하진 않았지만 30살이면 내겐 완전 아저씨의 이미지였는데, 그러던 내가 벌써 30살이다. (하) 막상 30살이 되고 보니, 중학교 때 피시방에서 게임하던 시절 내 옆자리에도 30살 아저씨가 앉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랬든 저랬든, 이슥슥의 중학교 시절은 온라인 게임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기라성같은 게임들이 많이 출시됐었다. 내 초딩시절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던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 초딩의 끝자락에 출시된 (부산은 이게 더 흥했다) <마지막 왕국>과 <포트리스>에 이어 가히 이 시기의 최종 승자라고 할 수 있는 <리니지>까지. 그리고 이어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덕분에 공부는 사요나라였다.




    나는 좀 이상했다. 물론 디아블로도 하고, 크레이지 아케이드도 했지만 내 주변에서는 그리 즐기지 않던 <거상>이라는 게임에 꽂혀버렸다. 난생 처음보는 '인게임' 과금 시스템은 내 용돈을 털어먹기에 충분했다. (말하면서 생각났다. 그랬구나. 거상은 아마 유명해진 최초의 인게임 부분과금 시스템 게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니면 말고) 거상에 꽂힌 덕분에, 스타크래프트를 소홀히 해서 친구들에게 혼나며 자란건 비밀이다.


    어쨌든, 얼마 전에 다시 거상을 하기로 결심했다. 뜬금없게도 중학교 친구가 갑자기 거상을 같이 하자고 하더라. 아직 거상이 안망하고 남아있었을 줄이야 ... 추억의 메인페이지와 캐릭터들을 보며 감상을 느끼다, 로그인을 했다.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한다. 맞다. 기억이 날 리가 없다. 심지어 2013년 이전에는 어디에 가입하든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인증을 해야했는데, 당시 중학생이던 난 어머니 주민등록번호로 가입을 했었드랬다. 하하... 30살 먹고 업무시간에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어,,, 어무니,,,

    와 (왜)

    저 그 어무니 폰으로 인증번호 하나 갈 꺼예요... 그거 좀 보내주시고...

    어 (그래,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좀 알려주세요 (진지)

    와 (왜)

    아... 게임 아이디 좀 찾으려고 ...

    미친놈아이가 이거 (미친놈아이가 이거)

    ... 미친놈 소리를 들으며 마침내 인증번호를 받았지만 !!! 인증되지 않는다. 뭐 휴면 계정이 어쩌고, 비인증계정이 어쩌고... 자꾸 못하게 하니까 점점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중학생 때 해킹 비슷한 걸 당해서 쨍알대는 목소리로 고객센터 전화한 이후 15년만이다. 오, 그런데, 확실히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지, 중학생 때 전화했을 땐 분명 <이모님>같은 목소리였는데 지금의 고객센터 담당자분은 확실히 앳 된 목소리였다. 이게 세월인가보다. 회사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고객만 나이를 먹는다. 현재 내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 담당자는 아주 깔끔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아마 아재들의 이런 문의가 자주 오나보다. 혹시나 이슥슥과 같은 거상 로그인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통화내용의 기억을 복원해본다. (기억에 의한 것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 있다)

    ... ... 2013년 이 후부터 주민등록번호를 회사에서 보관할 수 없게되서 일괄 삭제를 했다. 그래서 당시에 핸드폰 등을 통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계정 인증을 했는데, 인증되지 않은 미인증계정의 경우 따로 데이터를 빼서 잠궈두었다. 단순히 휴면계정이면 본인인증으로 해제가능하지만 미인증계정은 '본인'임을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구 계정과 같은 정보로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 인증 후, 고객센터 메일로 해당 내용과 구/신계정 아이디를 보내면 새로운 계정의 인증 정보를 구계정으로 등록해 이용가능하도록 해주겠다. 구 계정 내의 상태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고 게임이용이 정상적으로 될 것이다.

    뭐 말이 복잡한데, 같은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하고 본인인증을 하고 나면 그 인증정보를 원래 계정에 심어준단 거였다. 하라는 데로 하고 메일도 보냈다. 그리고, 하루만에 모든 절차가 끝나고 게임이용이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 거상 고객센터에 별점을 주자면 5개 만점에 9만개다. 빠르고 친절했다. 오오...




    그 뒤는 뻔한 이야기다. 로그인을 하고 나니 내 캐릭터가 떡하니 있었고,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정말 훨씬 많은) 이용자들이 있더라. 그래서 좀 돌아다니고, 오늘까지는 즐겁게 하고 있다. 아, 거상이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구글에 떠도는 이미지인데, 딱히 수영복이나 그런 것과는 관계없다. 그냥 일러스트 인듯.


    거상은 MMORPG다. 흔한 게임들처럼 내 캐릭터를 정하고, 내 이익을 위해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선량한 몬스터를 죽인다. 죽이고 아이템을 빼앗고, 그걸 팔거나 장착하면서 나는 더 강해지는 그런 흔한 게임이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다른 게임은 혼자서 몬스터를 때려잡는다면, 거상은 <용병> 및 <장수>라는 본인만의 크루를 꾸릴 수 있고, 다 같이 때려 죽인다. 그리고 <국가> 개념이 존재하는데, 이건 그냥 현실 속 도시와 똑같다. 조선, 일본, 중국, 대만, 그리고 인도의 5개국이 있는데, 국가마다 용병이나 장수가 모두 다르고 캐릭터의 특성도 다르다. <장수>는 각 국가의 유명한 위인들로 구성되있는데 '조선'의 경우에는 이순신, 김유신, 유성룡 등등등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본 캐릭터 외에 용병들을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몬스터들에의 착취가 첫번째 콘텐츠로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껏해야 크루가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거상은, 게임이름을 <거상>으로 정한 만큼 보다 확실한 컨셉이 있다. 바로 <장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저간의 거래를 의미하는 장사가 아니다. 거상은 국가가 나눠져 있고, 그 맵 또한 지도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마을이 존재한다. (마을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의 도시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을마다 판매하는 물건들이 있는데, 이 물건들이 수량이 다르고, 수량이 다르니 시세가 다르다. 마을을 방문할 때마다 캐릭터의 장부가 갱신되는데, 마을의 시세차익을 고려한 뚜벅이 장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매달 15일, 30일(게임상의 시간)은 '장날'이라는 시스템으로 각 마을 물건들의 물량이 요동친다. 그 때 물건이 싼 마을에서 몽창사서 비싼 마을로 몽창 팔아버리면 꽤 많이 남길 수도 있다. 물건도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장사루트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난 매우 라이트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 퇴근 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그것도 조금 덜 피곤할 때 깔짝대면서. 생각보다 돈도 잘 모이고, 사람도 많아서 요즘 게임 못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것 같다. 혹시 집에서 할만한 MMORPG를 찾는 사람이라면 거상도 한 번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Good to see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