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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노쇼족(No-Show), 인성 괜찮으세요?
    자유로운 글 연재 2018. 4. 19. 19:46

    병원 노쇼(No-Show)족, 인성 괜찮으세요?


    #1. 당신이 아주 아프다.


     그렇다고 아주 심각하게 아프다기보다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살 기운으로 몸이 너무 무겁다든지, 치통이 너무 심해서 꼼짝도 못하겠다든지와 같은, <사소한 중증> 말이다. 몸이 많이 아픈 당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할거다.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업무에 임하지만, 아, 너무 아픈 당신.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예약 전화를 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진료가 힘드십니다."


    #2. 병원의 입장


     오늘도 바쁜 XX의원 데스크. 환자 응대하랴, 걸려오는 예약 전화 받으랴 정신이 없다. 오늘따라 당일에 방문을 희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를 어쩌나, 오전과 오후 가운데 시간에 수술 환자가 꽉 잡혀서 다른 환자의 진료가 어렵다. 수술 예약 환자 방문을 10분 앞두고, 전화가 또 걸려온다. "너무 아파서 그런데... 지금 바로 가서 진료 좀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도리없다. "조금 뒤에 원장님이 수술을 들어가셔야 해서, 오늘은 진료가 힘드실 것 같습니다." 응대하는 데스크도 찝찝하다. 너무 아프다고 하는데 진료를 못봐주니, 방법을 찾아주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그리고 10분 뒤, 수술 예약한 환자는 오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





    #3. 그냥 나쁜 놈과, 공공의 적


     영화 <공공의 적>의 캐릭터 '강철중'은, 잡혀온 잡범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너희같은 놈들을 뭐라고 부른다고 했지?' 잡범들은 대답한다. '공공의 적!' 그에 대해 강철중은 '아니야, 너흰 그냥... 나쁜놈!' 이라고 얘기한다. '공공의 적'은 영화 상 가장 악랄하고, 지저분하며,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가는 그런 '사회의 악'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노-쇼족에서는 병원 노-쇼족이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식당 등의 노쇼족이 이슈화 된 건 오래 전이지만, 의료기관의 노쇼족은 도무지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 난 그게 잘 이해가 안된다. 식당 노쇼족, 그래, 자영업자의 매출에도 큰 영향을 줄 뿐더러 다른 고객들의 한끼 식사를 방해하니까, 나쁘다. 하지만 굳이 꾹꾹 참고 생각해보자면, 찾아오지 못한 고객들은 배 고프면 다른 곳을 가도 되고, 한끼 안먹고 군것질을 해도 된다. 손해는 오롯이 식당 사장의 몫이다. 하지만 병원은 그렇지가 않다.


     맹장이 터지기 직전에 배를 부여잡고 병원에 간 기억이 있다. 아파 죽겠는데, 종합병원에서 1시간 이상 기다리던 그 기억,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감기 몸살을 앓아본 경험은 다들 있을 거다. 소파에 멀쩡하게 앉아 있기도 힘들다. 치통? 말할 것도 없다. 머리까지 욱씬거리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다. 당연히 빠른 치료가 필요하고, 하다 못해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병원 노쇼족은 다른 아픈 사람의 치료 기회를 빼앗아가는 '공공의 적'이다. 치료 시간이 한정적인 병원의 치료 시간을 점유함으로서 타인의 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사람들. 그게 바로 병원 노쇼족이다. 병원 입장에서도, 매출을 줄이는 원인이 되고 말이다.



    #4. 정말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면, 정신 좀 차려라


     모든 노쇼족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 택배가 오기로 해서' '알고보니 약속이 있어서' '친구 만나기로 해서' 따위의 이유로 병원 예약은 아예 그냥 무시하고 잠수타는, 어쩌면 당신. 당신 때문에 당신 사촌이, 당신 부모님이, 당신 친구가, 당신 애인이 치료를 못받고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예약도 그렇겠지만, 예약을 했으면,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이 최우선이다. 못 올 것 같으면 적어도 이틀 전에는 연락을 하는게 맞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연락도 못 하고, 못 받았다면, 다음 방문 때 그렇게 얘기를 해줘라. 그게 이후 당신의 원활한 진료 예약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 길었다. 노-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 먹는 악의 무리가 하루 빨리 없어지기를 바란다.



Good to see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