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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미디어 난립 시대, 여전히 인문학이 설 자리는 부족하다
    자유로운 글 연재 2017. 2. 17. 18:33

    1인 미디어 난립 시대, 여전히 인문학이 설 자리는 부족하다


    #1. 미디어가 흔해졌다.


     지난 구정 때 일이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6학년 된 조카들이 차례지내는 걸 핸드폰으로 열심히 촬영하고 있더라. 은근히 제사가 많은 집이라 이제 와서 신기할 것도 없을텐데 구도까지 바꿔가며 촬영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동했다. 차례가 끝나고 어디 쓸거냐고 물어봤다. 유튜브에 올릴 거란다. 5학년 조카 아이는 아프리카 TV에서 차례 모습을 보여줄거라고 한다. 아프리카TV 이야기가 나오자 조카들이 말이 많아졌다. '나도 하는데!' '우리 반에도 하는 애 있는데 걔 별풍선 많이 받는다!' 새삼 신기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하던 동요는 이제 너무 촌스러운 노래가 되버렸다. 1인 미디어 플랫폼이 많아지고, 접근도 매우 쉬워지고, 촬영 장비도-그것도 꽤 우수한-흔해짐에 따라 미디어는, TV보다 흔해졌다.




    #2. 우리나라를 꼭 닮은, 1인 미디어 발전사


     1인 미디어가 이렇게 '흥'하게 된 데에는, 매체 등에 의해 밝혀진 일부 1인 미디어 제작자들의 수입이 크게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인기 BJ나 유튜버들의 한달 수익, 연봉 등이 공개되면서 비록 블루 오션은 아니지만 '어쩌면' '적은 노력으로' 크게, 고정적으로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지금의 '대 미디어 시대'를 만든 것이다. 확실히 일부 제작자들의 수익을 보노라면 1인 미디어는 숨겨진 보물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목적이 조회수와 '돈'에 있기 때문에, 미디어윤리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조회수를 위해 윤리를 외면한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시장 성장을 위해서 그만한 동기부여가 어디 있을까. 우리나라도 그랬지 않나. 최우선과제를 경제성장에 두고 과정이야 어쨌든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피 땀흘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지금에 섰다. 경제적으로 G20이니, OECD 국가니, 과거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으리라. IMF 도, 수많은 희생과 눈물이 있었지만 결국 극복해냈고-현재의 위험에 대해서는 일단 못본척 하자- 지금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노자가 있을 정도의 나라가 됐다. 우리 나라의 성장에는 늘 돈벌이가 최우선에 있었던 국민들 덕분이다. '나름대로' 부자나라가 되었지만- 적어도 내가 볼 때는, 국민성은 나라 경제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1인 미디어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1인 미디어 제작의 가장 큰 목표는 수익창출이다. 물론 예술적 갈증을 채우기 위한 사람들과 아름답고 신비롭고 재미있는 것을 순수하게 '공유'하려는 목적을 가진 1인 미디어 제작자도 많다. 말하고자 하는 대상은 내가 지금 다루고 있는, 우후죽순처럼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1인미디어 '뉴비'들이고 그들에게 수익창출은 핵심 목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1인 미디어의 수익은 시청료 따위가 아니라 조회수에 비례한 광고 수익이다. 예술적인 촬영기법이나 편집기술에 대해 심도깊은 공부나 투자가 없기에 (따위의 것들이 필요없어도 훌륭한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1인 미디어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그들이 높은 조회수를 만들 수 있는건, '자극'이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 더 관심가는 콘텐츠. 그리고 '착하고' '윤리적인' 선을 지키는 동영상은 자극적이지 않기에, 많이 버려지고 있다. 초등학생이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친구에게 욕하고 때리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뉴스기사는 지금 1인 미디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윤리는 없이 시장만 커지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의 1인 미디어 발전사는 우리나라를 꼭 닮았다.




    #3. 재미없-는 인문학


     5년 전쯤되었나, 10년 가까이 되었나. '인문학이 죽은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나라 전체적으로 외치며 서점가에도 고전인문들이 메인 매대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기업에서는 인문학 특별채용 같은 모양으로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을 뜬금없이 채용하기도 했고, 곳곳에서 인문학과 스토리텔링에 관련된 강의가 개설되고 펼쳐졌다. 지금은 '창조' '혁신' 이라는 말에 가려져서 인문학은 그림자, 혹은 냄새 밖에 남지 않았는데, 전국가적인-혹은 세계적인 인문학 냄비 열풍 후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원래 인문학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좋아하고, 관심없던 사람들은 여전히 관심없으며, 취준생들은 '독서' 라는 필수 스펙이 하나 더 생긴 정도다. <컨텐츠의 시대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인문학적 표현력이 곧 미래 경쟁력입니다!> 라고 외쳤지만 상상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인문학 부흥정책은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상상을 못하는 제작자들이 늘어간다. 제작에 대한 고민은 기술적, 편집적인 것과 '어떤 자극적인 영상을 찍을까?' 에 그치거나 '먹방' '게임방송' 혹은 '슴방'들의 수없는 모방-제작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컨텐츠의 시대에 인문학이 핵심일거라던 말은 허풍 또는 거짓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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