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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를 멈춰 주세요'-혐오를 혐오한다
    자유로운 글 연재 2018. 11. 16. 16:35

    '혐오를 멈춰 주세요'_취미가 혐오인 사람들


     #1. 혐오의 클라스 :

     싫어함과 미워함은 다르다.

     

     '와 진짜 밉다. 싫은게 아니라 니는 밉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농담 따먹기에서,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상대를 꺼리는 마음이라는 점에서 싫어함과 미워함은 같은 맥락이처럼 보이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은 다소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기가 참 애매해서 사전적 의미를 보려고 네이버 사전을 켜봤다. [싫어하다 : 싫게 여기다. 유의어: 미워하다] / [미워하다 : 밉게 여기거나 밉게 여기는 생각을 직접 행동으로 드러내다. 유의어 : 싫어하다] ... 뭐 어쩌라는걸까. 사전은 아무 도움이 안됐다.


      우리는 싫다와 밉다를 오랜기간 사용하며 나름의 노하우를 익혀왔다. '난 가지가 싫어!' 라고 하지 '난 가지가 미워!' 라고는 안하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나는 가지가 '밉다.' 생각컨데, '싫다'는 건 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상을 꺼려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미워함'도 유사하지만, 사람과 같은 유기체에 대해서 가지는 감정적인 싫음의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굳이 구분해서 쓴다는 건 싫어함에도 미워함에도, 어떤 긍정적인 여지를 남긴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볼 때 <혐오>라는 단어는 아주 강력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혐오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혐오 : 싫어하고 미워함 ]






     #2. 이수역 사건


     '혐오'는 최근 아주 핫한 단어 중 하나다. 활동 영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이 단어는, 최근 성별(주로 이성)에 대한 주제에서 가장 활발하다. 지금의 혐오 트랜드 또한 여혐, 남혐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혐오범죄'라고 이름지어진 수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어제부터 오늘까지 실시간 검색어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는 이수역사건이 가장 최신의 트랜디한 혐오 반영 사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 측에서도, 남자 측에서도 상반된 주장이 많고 여초 사이트와 남초 사이트가 하는 말이 다르기 때문에 뭐가 진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내용을 알기 위해서, 관련된 경찰 발표만을 우선 참고해보도록 하자. (공개된 CCTV나 인터넷에 떠도는 말 등은 일단 무시한다. 청원 내용은... 각자 알아서들 확인하길. 그게 주제가 아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아직 당사자들의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건이 벌어진 주점 내부의 CCTV와 주점 업주의 진술에 기초해 몇가지 소식을 전달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여성 1명이 남성 측 테이블로 다가가 가방을 들고 있던 남성 1명의 손을 쳤고, 이에 다른 남성이 여성의 모자챙을 쳤으며 이후 실랑이가 시작됐다고 한다. 뭔 초딩도 아니고... 뭐 어쨌든 몇 분 동안 밀고 당기고 하다가, 여자가 먼저 남자 멱살을 잡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여자가 폭행을 당했거나 하는 경위에 대해서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어...음... 두 쪽 다 잘못한거 아닌가? 아닌가. 내 상식이 잘못되었나. 모르겠다, 둘 다 법대로 처벌하고, 국민청원에 이런 사건 올린 게시자도 잡아다 처벌했으면 딱 그림 좋겠다.



     #3. 역병처럼 번지고 있는 혐오?

     아니, '걔'들 한테만


     다른 것도 아니고 혐오가 유행이라니. 참 우리나라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한 번 싫어지면 싫어하는 것만 보인다는 말처럼 혐오라는 개념이 사회 곳곳에 퍼짐에 따라 꺼려짐이 미움(싫음)으로, 미움(싫음)이 혐오로 발전하는 과정도 훨씬 쉬워진 듯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혐오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난리날 일인가 싶기도 하다. 내 생각에, 거기엔 딱 한가지 이유 밖에 없다. 언론이다. 

     

     전부 언론 때문이야! 라는 말은 않겠다. 하지만, 혐오를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만들어버린 건 언론이 만든 결과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들이 처음부터 혐오를 퍼뜨릴 의도를 가진건 아니었을거다. 단지 자극적인 뉴스거리를 열심히 찾아다녔을 뿐이고, 마침 눈에 띈, <페미니즘>을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양념을 쳤을 뿐일거다. 그렇다. 페미니즘. 머리 좋고 스토리텔링 좋은 기자 몇이 페미니즘에 얼룩을 한방울 떨어뜨렸고, 얼룩은 어렵지 않게 혐오로 자라나게 된 거다. 


     대학시절 젠더에 대한 수업을 들은 바 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다루었던 '커뮤니케이션과 젠더'라는(아닐지도) 이름의 수업이었는데 나름대로 충실히 들었다. 에이뿔 받은 수강생으로서 판단컨데(자랑맞다) 당연히, 페미니즘은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도 마찮가지로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기보다는 오히려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론에 의해 얼룩진, 남성과의 비교로 프레이밍 된 페미니즘은 생각보다, 나빴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이 여성의 인권 신장이라는 목표에서 <남성이 긴 시간동안 - - - - 를 누려왔다!> 로 눈을 돌린 순간부터, 혐오는 유행이 되었다.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남성 범죄자는 혐오 범죄자가 되었으며, 이것저것 따지는 여자는 김치녀가 되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수면 위에 스포이드로 톡 뿌린 남성과의 비교가, 이제 스스로 진화하며 혐오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서민의 재벌에 대한 혐오,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혐오,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혐오, 문화에 대한 혐오, 가지에 대한 혐오(?)까지 혐오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혹시, 앞 부분을 읽으면서 '엥, 나는 안그런데?' 라는 생각이 들었나? 맞다. 나도 '안그렇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거다. 모든 서민이 재벌을 혐오하는 건 아니다. 노인을 공경하고 존경하는 젊은이도 있는가하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시너지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혐오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악플러라는 이름으로든 정신병이라는 이름으로든 말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단지 'XX혐오'라는 하나의 간판 아래에 모여서 많아 보일 뿐이지 그들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어 왔던 것이다. 법적인 조치도 취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캠페인도 진행을 해왔다면 좀 나아졌을텐데 오히려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4. 혐오를 혐오한다


     지금은 사회 전체가 혐오를 권장하고 있다. 마치 혐오를 혐오하는 듯 하지만 지속적인 혐오 사례가 나와줘야 스토리가 이쁘니까, 없는 혐오도 긁어 모아서 새 혐오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 혐오라는 글자가 왜이리 많나. 애초에 혐오 이야기가 안나와야 한다. 범죄 사실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해서 구체적인 범죄 동기를 찾아야 하고 모태 혐오쟁이인 '걔'들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판단하여 조치를 취해야한다. 무엇보다도 여론을 만들고 공론화하는 언론이 앞장서서 혐오 표현을 지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수역 사건? 일 부분일 뿐이다. 몇 년 뒤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이가 어른을 혐오하고 국민이 국가를 혐오하고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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