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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난이 중소기업 기피현상 때문이라고? 취준생 잘못으로 몰지 마라
    사회 2016. 9. 1. 12:24

    오늘의 원고를 마무리하고 다시 업무로 돌아가려던 차 너무 성질나는 블로그의 글을 발견했다. 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취준생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원인을 말하는 글이었는데, 이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취준생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꼽더라. 그 글을 보는데 숨이 턱 막혔다. 대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괴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글이고 중소기업이든 어디든 취업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도움되지 않는 글이다. 취준생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우수하고 발전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몰라보기 때문에 취업난이 가중된다고? 그러니까, 취업난이, 취준생 때문이라는 건데 도대체 이 발상은 어디서 나온걸까.




    그래, 저것도 지금부터 필자가 말하려는 것처럼 하나의 의견일테니 존중한다. 그래서 중소기업 기피에 대해 검색해봤다. 취업카페도 쭉 봤다. 맞다.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다. 대기업 입사를 위해 준비한 기간이 아까워 취업 재수생, 취업 삼수생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건 취준생의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요구가 어이없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보아하니 저 글을 쓴 사람은 <발전 가능성있는 중소기업>을 데이터로만 보셨나보다. 발전가능성있는 중소기업이든, 실제로 엄청나게 성장한 중견기업이든 뭐든, 취준생이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생각이나 해봤을까. 그리고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제시하는 채용공고 내용을, 몇 번이나 확인해봤을까. 궁금하니까 한번 직접 보자.


    사람인에 접속해서, 지역별 채용공고를 눌러보자. 그래서 본인이 사는 지역을 눌러보자. 서울에 자기 집이 있고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다면 그나마 축복받은 취준생이다. 가장 일자리가 많으니까. 엄청 슬퍼질 수도 있으니 만약 서울이 본인 집이 아니고 서울로 취업한다면 자취비만 해도 엄청나게 들어가니까 본인 지역으로 검색하길 바란다. 이슥슥은 부산으로 검색했는데, 일자리가 총 11975개 나왔다.


    지방에서는 지역검색을 통해 나오는 채용공고의 1~5%만이 중견기업이다. 대기업은 애초에 거의 없다. 나머지 95%는 중소기업들인데, 이들 기업에서 주는 복지? 연봉? 어떨것같나. 들어가기 쉬운만큼 연봉도 매우 낮다. 들어가기 쉽고 연봉이 낮은 곳은 양반이다. 기업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전산 자격증과 공모전 수상경험, HSK 보유자 등 몇몇 조건을 걸어둔 곳에 면접 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봉 1800으로 시작이라고 한다. 연봉 1800. 점심식사는 사먹든 도시락을 싸먹든 직원이 알아서. 적어도 지방에 올라오는 일자리의 40% 정도는 1400~1800대의 연봉을 제시하고있고, 나머지 40%정도는 1800~2200을, 그리고 남은 20%정도가 그 이상을 제시한다. 그 20%에서도 초봉이 2500을 넘는 경우는 매우매우매우매우 드물다. 중소기업이야기다. 




    취준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고작 돈' 때문이라고 비난할 사람은, 설마 없겠지. 물론 청년들의 전체적인 고학력화로 저연봉을 기피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건 취준생 잘못이 아니라 제도상의 문제다. 교육정책의 실패이지, 거기에 응한 취준생의 잘못이 아니다. 간혹 이러기도 하더라. <중소기업 들어가서 경력쌓고 돈 더 받으면 되지 않냐!>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인데,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조금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취준생들을 저 말한마디로 폄하하기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1800만원이 연봉이라면 세금 떼고 한달에 실수령 하는 돈이 130만원 정도다. 중견기업-대기업은 말도 안하겠다.- 중에서 그냥, 일반적인 신입 초봉이 3000 선인데 한달 실수령이 230만원이다. 100만원 차이. 노력도 안한 사람이 난 대기업갈꺼야, 최소 중견기업갈꺼야 하고 뻣뻣하게 나온다면 취업난의 원인이겠지만, 한달에 150만원은 벌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연봉 1800만원짜리 안간다고 비난하는건 말도 안되는 짓이다. 그리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성장할거니까 지금은> 1800만원 줄게, 라고 한다면, 그리고 취준생이 그 조건을 거절하고 다른 기업을 생각한다면, 이건 취준생의 눈이 높은거고 취준생이 잘못한건가? 정말 만약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수저이거나, 소시오패스일것같다.


    연봉이 낮으면 진입장벽이 낮다. 들어가긴 쉽다. 그래, 어찌보면 들어가기 쉬운데 안들어가니까 기피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장이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한두달, 혹은 일년 일하고 도망갈 곳을 생각하는게 아니다. 책임감이라는게 있기 때문에 맡은 일을 더 잘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한다는 말이다. 한달 생계를 걱정하면서 책임감에 묶여있는게 두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큰 돈을 받고 싶어하는거다. 한달에 150만원, 200만원 바라는게 중소기업 기피현상이라면,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중소기업 잘못이지 취준생 잘못이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너도 성장할거고 연봉도 오를텐데 너무 지금만 보지 마라>라고 취준생을 근시안적인 머저리 취급하지마라. 기업이 성장하면 나도 성장한다? 그럴거면 자식을 많이 낳거나 입양해서 가족끼리 운영해라. 직원은 파트너다. 노력에 대한 대접이 존재해야하고 그 노력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같이 성장하는건 '당연한'거다. 대접 이후에 근성을 기대해라. 대접 이후에 인재를 기대해라. 대기업에 사람이 몰리는건, 적어도 대기업은 '돈'으로는 인재대접을 해주기 때문이지. 중소기업이 적절한 대접을 해주고 있음에도 간판이 싫어서 안가는게 아니라는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결론은 이거다. 취업난을 어떤 형식으로든 취준생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지말라는거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 먹고 살 걱정하는 취준생이 성장 잠재력을 믿고 1년이든 2년이든 130만원 받으면서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실현시키라고? 그게 발전이라고? 허허허. 허허허허. 

Good to see you :)